태국 교민 적은 이유
평소 태국을 왕래하면서 궁금했던 점이 있는데요.
한국인들이 태국 여행은 좋아하는데, 정작 실제 태국 교민 숫자는 왜 베트남보다 훨씬 적을까였습니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은 현재 18만명 이상의 한국인 교민이 거주하여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교민 수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태국은 약 2만명의 교민만 거주하고 있습니다.
무려 9배 차이입니다.
실제로 많은 한국인들이 태국 여행을 가고, 은퇴 이후 이민이나 장기 체류를 꿈꾸지만 정작 교민 숫자는 베트남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아이러니한 것이 태국은 6.25 전쟁 당시 미국 다음으로 참전하여 한국을 도운 우방국인 반면, 베트남은 우리나라가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총부리를 겨누던 사이였습니다.
그런데도 교민 숫자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건 분명 어떤 이유에서 한국인이 태국에 장기 체류하기 어려워서 그럴 겁니다.

태국 베트남 비교
그럼 이번 시간에는 태국에 한국인 교민이 적은 이유에 대해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저는 사실 사업 때문에 태국에는 자주 왕래하고 있고, 베트남은 아직 가보지 못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베트남 상황에 대해선 주변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하고, 태국에서 생활하면서 왜 한국인이 태국에서 장기 체류하기 쉽지 않은지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일자리 문제
가장 큰 이유는 돈 관련 문제입니다.
여기서 돈 문제는 생활비를 비롯한 물가는 물론 일자리와 사업 문제도 포함됩니다.
개인적으로 태국은 단기 여행이나 한 달 살기 정도로 머물기 딱 좋은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방콕이나 치앙마이에서 한달살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만약 여러분이 태국에 단기 여행이나 한달살이를 하고, 너무 마음에 들어 장기 체류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그 때부터 문제가 발생합니다.
태국은 고급 쇼핑몰에서 돈만 펑펑 쓰다가 5박6일 정도 지나면 집에 돌아가는 단기 여행자들을 반기지, 절대로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을 반기지 않고 오히려 매우 배타적인 정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한국에서 모은 돈으로 태국에서 장기 체류할 거면 그나마 문제가 덜하겠지만, 만약 태국에서 돈을 벌면서 장기 체류를 하겠다면 단언컨대 쉽지 않을 겁니다.
사업체 등록 문제
우선 태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아파트 콘도도 외국인 명의로 소유할 수 없고, 작은 사업체를 내려고 해도 현지 태국인을 대표로 세워야 가능합니다.
태국에서 오래 거주하시는 분들은 한국의 월세 개념으로 콘도 계약을 맺고 일정 기간 살다가 이사를 반복하거나, 이게 싫으면 태국인 친구 명의로 부동산을 매입해서 거주할 겁니다.
보통 한국 남자들의 경우 종종 태국인 여자친구 명의로 아파트 콘도를 구매했다가 나중에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태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태국인 지인에게 부탁하여 사업체를 내고, 등록 절차도 매우 복잡하게 만들어놔서 아마 준비하다가 포기하시는 분이 많을 겁니다.
그리고 한국인이 태국어를 능숙하게 해서 태국 회사에 입사하더라도, 태국 월급이 한국의 5분의 1, 6분의 1 수준입니다.
한국인이라도 태국 현지 월급 체계에 따라 월급을 받을 텐데 똑같이 한 달 일하고 이렇게 월급 받으면서 만족할 한국인이 과연 있을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돈 벌려고 불법 체류하는 태국인들이 외국인 순위에서 탑입니다.
태국에서 한 달 일하고 6분의 1 수준의 월급을 받을 바에 차라리 한국에서 몇 달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태국 여행 가서 한 달 즐기는 게 훨씬 날 겁니다.
한정적인 일자리
그리고 한국인이 태국에서 사업을 하거나 취업을 하는 분야도 베트남에 비해 한정적입니다.
사업의 경우 보통 태국에 여행 온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업이나 한식당, 또는 미용실이나 네일아트를 하는 경우가 많고 취업을 하더라도 보통 서비스업이나 관광업 관련이 많습니다.
반면 베트남의 경우 주변을 살펴보면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대기업의 주재원으로 나가거나, 혹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의 주재원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는 경우도 이런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주재원들을 상대하기 때문에 선택지가 넓습니다.
개인적으로 이것 때문에 베트남의 교민 사회가 태국보다 더욱 크고, 힘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지난 글에서 언급했듯이 태국의 제조업은 대부분 일본 기업들의 2차 벤더 기업입니다.
대부분 제조업에서 일본이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이 끼어들 틈이 적고, 태국은 이미 저성장 국가에 접어들어 새로운 시장이 생기기도 어렵습니다.
태국 자동차 시장만 보더라도 토요타나 혼다, 이스즈와 같은 일본 기업들이 오랜 기간 장악하고 있습니다.
프리랜서 자영업 중심
태국은 한국인들에게 장기간 체류하는 나라보단 놀러 가고 싶은 나라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방콕이나 파타야, 치앙마이에 장기 체류하는 한국인들이 많지만, 대기업 중심의 초대형 교민 사회는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태국은 대기업 주재원보다는 프리랜서나 디지털 노마드, 자영업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같습니다.
베트남 교민 사회가 시스템을 갖춘 거대 조직으로 성장했다면, 태국 교민 사회는 점조직 형태입니다.
비싼 물가 문제
일자리 다음 두 번째로 비싼 물가 문제를 꼽을 수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태국 로컬 물가는 아직 저렴하다고 말씀하시는데, 과연 한국인이 태국 현지 로컬 음식을 매 끼니마다 먹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지난 글에서 태국 유명 쇼핑몰 물가가 서울보다 비싸다고 말씀드렸는데, 태국 로컬 음식점에서 먹는다면 아주 싸진 않고 한국보다 70%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근데 한국인 입장에서 경험 삼아 한두 번 로컬에서 먹을 순 있어도, 매 끼니를 로컬에서 해결하는 한국인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정말 한국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태국으로 도망쳤거나 수중에 돈이 한 푼도 없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과연 한국인이 태국 평균 서민 수준의 생활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태국에서 이렇게 사서 고생하며 생활할 바에는 그냥 한국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지내는 것이 훨씬 좋을 듯합니다.
실제로 한국에서 아르바이트하는 게 태국 회사에서 한 달 빡세게 근무하는 것보다 수입이 좋습니다.
그리고 방콕에서 한국과 비슷한 생활 수준이나 문화 생활을 즐긴다면, 단언컨대 한국과 생활비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쌉니다.
비자 문제
마지막으로 한국인이 태국에 장기 체류하기 어려운 점으로 비자 문제도 있습니다.
제 주변에 태국인 여성과 결혼하여 태국에서 거주하는 분이 있는데, 이분만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이분은 태국에 장기 체류하기 위해 1년마다 비자를 갱신하고 있었습니다.
태국 여성과 결혼하더라도 태국에서 장기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얻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실제로 얼마 전까지 태국에 장기 체류하던 분들은 잠깐 옆 나라 라오스나 미얀마에 버스 타고 나갔다가 다시 태국 비자를 갱신 받았지만, 현재는 이 방법도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마무리
결국 핵심은 이겁니다.
베트남은 한국 기업들이 만든 대규모 교민 사회이지만, 태국은 한국 사람들이 좋아해서 각자 도생하면서 지내는 나라입니다.
이 차이가 교민 숫자 차이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다만 태국의 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태국에 장기 체류하시면서 태국을 사랑하는 한국인들도 많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왜 한국인들이 태국 생활을 선호하는 지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