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대한민국 길거리는 말 그대로 ‘한 집 건너 한 집’ 탕후루였습니다. 점심에 마라탕을 먹고 디저트로 탕후루를 먹는 ‘마라탕후루’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 정도였는데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26년, 1위 프랜차이즈 달콤왕가탕후루의 매장은 전국에 20곳 남짓만 남았습니다. 500호점 돌파를 자축하던 브랜드가 사실상 존폐 위기에 몰린 겁니다.
이 글에서는 탕후루의 흥망 사이클 전 과정을 숫자로 복기하고, 유행 프랜차이즈 창업에 뛰어들기 전 반드시 알아야 할 교훈을 정리합니다.

숫자로 보는 탕후루 흥망 사이클
탕후루의 상승과 추락은 국내 외식업 역사에서도 손꼽힐 만큼 극적이었습니다.
왕가탕후루 매장 수는 2021년 11곳, 2022년 말 43곳에서 2023년 말 532곳으로 폭증했습니다. 1년 만에 신규 매장이 1,137% 늘어난 셈입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 데이터 기준으로 2023년 한 해에만 전국에 탕후루 매장 1,300곳 이상이 새로 문을 열었고, 그해 10월 영업 중이던 매장 1,673곳 가운데 80%가 그해 개업한 곳이었습니다.
추락은 더 빨랐습니다. 2023년 10월 폐업이 처음 두 자릿수(22건)를 기록하더니, 2024년에는 하루 평균 2곳꼴로 문을 닫았습니다. 2023년 폐업 매장 98곳 중 45곳은 개업 후 한 달을 채 버티지 못했습니다.
매출은 더 극적입니다. 왕가탕후루 운영사 매출은 약 256억원에서 1년 만에 20억원 수준으로 92% 급감했고, 매장 수는 2025년 말 80여 곳, 2026년 5월 기준으로는 단 20곳만 남았습니다. 대전·대구 등 일부 지역에서는 매장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2024년 초, 과열의 정점이 남긴 장면
이 글이 처음 발행됐던 2024년 1월, 시장 과열을 상징하는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구독자 67만 명의 유튜버 진자림이 이미 영업 중인 왕가탕후루 매장 바로 옆에 탕후루 가게를 열기로 하면서 ‘상도덕 논란’이 불붙었던 겁니다.
당시 프랜차이즈 업계는 근접 출점을 자체 규약으로 제한하고 있었지만, 개인 창업자의 출점을 막을 법적 수단은 없었습니다. 유명 인플루언서까지 뛰어들 만큼 ‘누구나 차리면 되는 장사’로 여겨졌다는 것 자체가, 지나고 보면 정점의 신호였습니다.

탕후루는 왜 무너졌나
첫째, 공급 과잉입니다. 영업 매장의 80%가 같은 해에 생겼다는 것은 수요가 아니라 유행이 출점을 이끌었다는 뜻입니다. 진입장벽이 낮아 초기 창업비용 7,000만원대로 열 수 있었고, 그만큼 누구나 뛰어들었습니다.
둘째, 계절성과 대체재입니다. 겨울이 오자 수요는 붕어빵 등 겨울 간식으로 이동했고, 여름 장사로 버티던 매장들은 ‘잠깐 매출이 떨어진 것’이라 믿다가 회복 시점을 놓쳤습니다.
셋째, 건강 이슈입니다. 아동·청소년 당 과다 섭취 논란으로 대한치과협회가 섭취 가이드라인을 내놨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왕가탕후루 대표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는 일까지 벌어지며 소비 심리가 꺾였습니다.
과일·설탕 등 원재료 가격 부담까지 겹치면서, 유행이 식는 속도를 비용 구조가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유행 창업이 남긴 교훈
탕후루 사태에서 실제로 돈을 번 쪽은 유행 초기에 진입해 권리금을 받고 빠져나간 사람들, 그리고 인테리어·설비 업자들이었다는 자조 섞인 평가가 나옵니다. 유행 자산의 수익은 결국 ‘언제 나가느냐’가 결정한다는 점에서, 루나·테라 폭락 사태와 놀랄 만큼 닮은 구조입니다.
모든 유행 디저트가 이렇게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소금빵은 열풍기를 지나 베이커리 기본 메뉴로 정착하는 데 성공했고, 요아정이나 두바이 초콜릿도 상대적으로 연착륙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반면 2026년 초 유행한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에 대해서는 업계에서 소금빵보다 탕후루의 궤적에 가깝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유행 아이템 창업을 고민한다면 최소한 세 가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해당 아이템이 계절을 두 번 이상 넘겼는지, 신규 출점 속도가 폐업 속도를 얼마나 앞서는지, 그리고 유행이 꺼졌을 때 메뉴 전환이 가능한 구조인지입니다. 반짝 유행이 아니라 수십 년을 버틴 스타벅스의 한국 성장 역사와 비교해 보면, 살아남는 브랜드와 사라지는 브랜드의 차이가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자영업 폐업자가 연 100만 명에 달하는 시대입니다. 유행은 매출을 만들어주지만, 유행만으로는 가게를 지켜주지 않습니다. 탕후루 1,673곳의 흥망이 남긴 가장 확실한 데이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