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단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입니다.
2026년 5월 27일 출시된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는 반도체 대장주 두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구조로, 출시 초기부터 개인투자자 자금을 빠르게 빨아들이며 국내 ETF 시장의 판도를 바꿔 놓았습니다.
문제는 이 상품이 국내 증시 전체의 변동성을 지나치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두 종목에 레버리지 구조까지 더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등락이 곧바로 코스피 지수 전체를 뒤흔드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잇따라 경고음을 낸 데 이어 정치권에서는 아예 상장폐지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이번 논란은 단순한 상품 이슈를 넘어 정부의 정책 실패 논쟁으로까지 번지는 모습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가 촉발한 변동성 논란의 실체와 정부의 대응 방향, 그리고 투자자들이 앞으로 눈여겨봐야 할 지점들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삼전닉스 레버리지 ETF, 왜 문제가 됐나
이번 논란의 핵심은 상품 구조 그 자체에 있습니다.
일반적인 지수 추종 ETF는 수십에서 수백 개 종목에 분산 투자하고, 집중형 ETF조차 통상 5~10개 종목으로 위험을 나눕니다.
반면 이번에 출시된 상품은 삼성전자 또는 SK하이닉스라는 단 하나의 종목에만 투자하면서 여기에 2배 레버리지까지 적용됩니다. 분산 투자 기능이 사실상 사라진 채 변동성만 극대화되는 구조인 셈입니다.
더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코스피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종목입니다.
2025년 하반기 36.1%였던 두 종목의 코스피 시가총액 비중은 올해 6월 말 55%를 넘어섰고, 거래대금 비중 역시 60%를 웃도는 수준까지 확대됐습니다. 여기에 레버리지 자금까지 몰리면서 특정 종목으로의 쏠림 현상이 한층 심해졌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진단입니다.
실제로 지난 7월 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6.92%, 6.06% 급락하자 코스피는 4.91% 하락했고, 다음날인 8일에도 두 종목이 6% 안팎 추가로 밀리면서 코스피는 5.35% 떨어졌습니다. 이후 9일과 10일 이틀 연속 반등하며 코스피가 다시 7600선을 회복하는 등, 최근 국내 증시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개인투자자 자금 대거 유입, 손실도 눈덩이
상품 출시 이후 개인투자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말 상장 이후 개인투자자들은 ETF 시장에서 약 20조 원을 순매수했는데, 이 가운데 약 12조 5000억 원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장 당시 약 5조 원 수준이었던 관련 상품 16종의 시가총액은 7월 첫째 주 기준 약 15조 원까지 3배 넘게 불어났습니다.
하지만 반도체 업황 정점 우려로 기초자산 주가가 꺾이면서 레버리지 상품의 손실 폭은 더욱 확대됐습니다.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구조 특성상 상승과 하락이 반복될 때마다 손실이 누적되는 이른바 ‘음의 복리’ 효과가 발생하는데,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에 따르면 출시된 관련 ETF 14개 모두 최근 한 달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최대 손실률은 35.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증권사 데이터에 따르면 특정 시점 기준 손실 구간에 있는 투자자 비중이 80%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당국의 뒤늦은 대응, “정책 실패” 자인
애초 정부가 이 상품을 허용한 명분은 환율 안정이었습니다.
해외에서 운용되는 2배, 3배짜리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국내 자금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이를 국내 증시로 돌려 달러 유출을 줄이겠다는 취지였습니다. 실제로 올해 1월 비공식 간담회에서 논의가 시작된 지 불과 4개월 만에 상품이 출시될 정도로 도입 속도가 빨랐습니다.
그러나 출시 이후 상황은 기대와 다르게 흘러갔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상품 출시 보름여 만에 소비자경보를 발령했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드러누워서라도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한다”며 사실상 정책 판단의 아쉬움을 인정했습니다.
한국은행 역시 국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을 통해 특정 종목으로의 자금 쏠림이 시장 전체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이례적으로 경고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코스피가 카지노로 전락했다”며 관련 상품의 상장폐지까지 주장하고 나섰고,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의 책임론도 함께 제기하고 있습니다.
상장폐지 현실적으로 어려워
다만 시장에서는 즉각적인 상장폐지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의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상 ETF 상장폐지는 기초자산 상장폐지, 신고의무 위반, 순자산가치와 기초지수 간 괴리, 유동성공급자 부재 등 제한적인 사유에서만 가능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우량 기초자산 자체가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사실상 없는 데다, 이미 상장된 16개 상품을 한꺼번에 강제 청산할 경우 시장 혼란과 투자자 피해가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상장폐지 대신 투자자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이 참여하는 시장상황점검회의(F4회의)에서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라며 “보완이 필요하다면 논의해서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국회에서 “레버리지 ETF가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많이 가져오고 있다는 우려를 잘 알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구체적인 대안으로는 현재 1000만 원 수준인 기본예탁금을 대폭 상향하거나, 금융투자협회의 의무 사전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됩니다. 과거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의 과열을 진정시켰던 방식과 유사하게, 진입 문턱 자체를 높여 투기적 수요를 완화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이 밖에 레버리지 배수를 현행 2배에서 1.5배로 낮추는 방안,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개별 종목이나 관련 ETF의 신용·미수 거래를 조이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다만 배수 조정은 기존 상품의 운용 약관을 전면 수정해야 해 시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투자자가 앞으로 확인해야 할 것들
이번 논란은 단기간에 끝날 가능성이 낮아 보입니다.
정부의 F4회의 결과에 따라 기본예탁금 상향, 레버리지 배수 조정, 신용거래 제한 등 구체적인 보완책이 언제 어떤 형태로 나올지가 가장 중요한 변수입니다. 또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와 반도체 업황 흐름, 그리고 HBM을 둘러싼 글로벌 수요 상황도 두 종목의 주가 방향을 좌우할 핵심 요소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레버리지 상품 특유의 음의 복리 효과를 반드시 이해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초자산이 등락을 반복하기만 해도 장기 보유 시 손실이 누적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단기 트레이딩이 아닌 장기 투자 목적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도 유의해야 합니다.
마무리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둘러싼 이번 논란은 환율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와 시장 변동성 관리라는 또 다른 정책 목표가 정면으로 충돌한 사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과 정치권 모두 상품 자체의 존폐보다는 투자자 보호 장치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향후 F4회의를 통해 나올 구체적인 대책과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펀더멘털 흐름을 함께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기적인 변동성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반도체 업황과 정책 변화라는 두 축을 균형 있게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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