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노소영 재산분할 9440억…왜 SK텔레콤 주가는 올랐을까?

2026년 7월 24일, 서울고등법원 가사1부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재산분할금으로 9440억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습니다. 2017년 7월 최 회장이 이혼 조정을 신청하며 시작된 법적 다툼이 9년 만에 일단락된 것입니다.

흥미로운 건 그날 증시의 반응이었습니다. 코스피가 5% 넘게 하락해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로 시장 전체가 무너진 날, SK텔레콤 주가는 오히려 5%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가사 사건 판결이 왜 통신사 주가를 밀어 올렸을까요. 이 글은 판결의 쟁점과 금액 변화의 이유, 그리고 시장이 이 판결을 읽어낸 방식을 정리합니다.

최태원·노소영 재산분할 9440억…왜 SK텔레콤 주가는 올랐을까?

최태원·노소영 재산분할 판결 핵심

재판부는 재산분할 비율을 노 관장 3분의 1, 최 회장 3분의 2로 정했습니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SK 주식은 분할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상속과 증여로 형성된 특유재산이므로 나눌 수 없다는 최 회장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혼인 기간 중 최 회장의 경영활동으로 주식 가치가 크게 늘었고, 여기에 노 관장의 가사와 양육, SK그룹에 관한 대외 활동이 기여했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제외된 것도 있습니다. 혼인관계 파탄 전 최 회장이 경영권 유지와 경영활동의 일환으로 친인척에게 증여한 주식은 분할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지급 방식은 현금으로 명시됐습니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이 회사 경영권과 지배권의 근거가 되는 측면을 고려해, 분할 비율에 따른 노 관장 몫 중 부족한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도록 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목이 뒤에서 다룰 SK텔레콤 이야기의 출발점입니다.

‘기준 시점’이 금액을 갈랐다

이번 판결에서 가장 결정적이었던 변수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언제의 주가로 계산하느냐였습니다.

재판부는 분할 대상 주식의 가액 산정 기준을 이혼소송 사실심 변론 종결일인 2024년 4월 16일로 정했습니다. 재판상 이혼이 확정된 뒤 재산분할을 청구하는 경우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입니다.

노 관장 측은 파기환송심 변론 종결일인 2026년 6월 26일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두 시점 사이 SK 주가가 5배 넘게 올랐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짜를 택하느냐에 따라 수천억원이 오가는 구조였던 셈입니다.

재판부는 이 상승분을 통째로 반영하지는 않되, 완전히 무시하지도 않았습니다. 항소심 변론종결일 이후의 주가 상승에도 최 회장의 경영적 기여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고, 주가는 변동성이 크며 상장주식은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라는 점을 짚었습니다. 그러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사정은 분할 비율 산정 과정에서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665억에서 1조3808억, 다시 9440억으로

금액의 궤적만 봐도 이 소송의 굴곡이 드러납니다.

두 사람은 1988년 9월 결혼해 세 자녀를 뒀고, 2017년 7월 최 회장의 이혼 조정 신청으로 소송전이 시작됐습니다. 조정이 불성립되면서 2018년 7월 정식 재판에 들어갔고, 2019년 12월에는 노 관장이 이혼 및 재산분할 맞소송을 냈습니다.

2022년 12월 1심은 SK 주식을 최 회장의 특유재산으로 보고 위자료 1억원, 재산분할 665억원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2024년 5월 2심은 위자료를 20억원, 재산분할액을 1조3808억원으로 대폭 늘렸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이른바 ‘비자금 300억원’과 노 관장의 기여가 SK그룹 성장에 작용했다고 본 것입니다.

판을 다시 뒤집은 건 2025년 10월 대법원이었습니다. 비자금은 불법 자금이므로 SK에 유입됐다 하더라도 재산분할에서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며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이번 파기환송심도 그 취지를 따랐습니다. 위자료 20억원은 이때 그대로 확정돼, 파기환송심에서는 재산분할만 다뤄졌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

위자료 20억원은 이미 지급됐다

위자료 부분은 별도의 손해배상 소송으로 진행됐습니다. 노 관장은 2023년 3월 최 회장의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상대로 위자료 소송을 제기했고, 2024년 8월 법원은 김 이사장과 최 회장이 공동으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김희영 이사장은 판결 나흘 뒤인 8월 26일 노 관장의 계좌로 20억원을 직접 입금했습니다. 공동불법행위자 중 한 사람이 채무를 이행하면 다른 사람은 책임에서 벗어나는 이른바 부진정연대채무 구조여서, 이 송금으로 최 회장이 부담할 위자료는 0원이 됐습니다. 김 이사장은 당시 법원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항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래서, 왜 SK텔레콤인가

이제 시장의 반응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최 회장은 2026년 7월 기준 SK그룹 지주사인 SK 보통주 1,297만5,472주, 지분율 17.9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지분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는 점입니다. 팔면 곧 경영권이 흔들리므로 사실상 처분이 어렵습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지급을 현금으로 하라고 명했습니다.

주식을 팔 수 없는데 현금 1조원 가까이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 여기서 증권가가 주목한 것이 우량 자회사의 배당이었습니다. 하나증권은 SK텔레콤을 최선호주로 꼽으며, 지배구조 관련 부담을 줄일 방안으로는 우량 자회사의 배당 확대가 사실상 유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배당 지급 능력이 높은 SK텔레콤이 배당을 늘리면, 그 돈이 지주사를 거쳐 총수에게 전달되는 구조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논리입니다.

요컨대 시장은 이 판결을 가사 사건이 아니라 자본 배분 정책의 변화 신호로 읽었습니다. 대주주에게 현금이 필요해지면 배당 성향이 올라가고, 그 수혜는 소액주주에게도 함께 돌아간다는 계산입니다. 주주환원 확대 흐름과 맞물려 해석된 셈입니다.

다만, 이 논리에도 빈틈은 있다

기대가 앞선 만큼 짚어둘 점도 있습니다.

배당은 총수 개인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치는 사안이고, 회사의 투자 여력과 재무 상황이라는 제약을 받습니다. 통신사업의 설비투자와 인공지능 관련 투자 부담을 고려하면 배당 확대가 무제한일 수는 없습니다.

또한 판결이 확정된 것도 아닙니다. 양측 모두 재상고를 선택할 수 있고, 최 회장 측은 선고 직후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만 했습니다. 지급 재원 마련 방식도 배당 외에 지분 담보 대출 등 여러 경로가 열려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기대는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판결 당일의 급등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곧 지속적인 배당 정책 변경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매켄지 스콧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매켄지 스콧

해외의 ‘거액 이혼’은 어땠나

창업자나 총수의 이혼이 지분 구조를 흔든 사례는 해외에도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와 매켄지 스콧의 2019년 이혼입니다. 스콧은 383억 달러 규모의 아마존 주식을 분할받았는데, 이는 당시 아마존 유통 주식의 약 4%인 1,970만 주에 해당했습니다. 이 결정 하나로 세계 여성 부호 순위가 바뀌었고, 스콧이 재산 상당 부분을 기부하겠다고 서약하면서 자선 지형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2021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멜린다 프렌치 게이츠의 이혼에서는 56억 달러 규모의 주식이 양도됐고, 2024년 멜린다가 부부가 함께 운영하던 재단을 떠나며 추가로 125억 달러를 받기로 한 사실이 공개됐습니다. 이 밖에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의 네 차례 이혼,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2022년 이혼도 관심을 모았습니다.

공통점이 있습니다. 오너의 이혼은 개인사에 그치지 않고 지분 이동과 지배구조의 문제로 번지며, 시장은 그 지점을 봅니다. 다만 미국 사례들이 대체로 주식 자체를 나누는 방식이었던 반면, 이번 판결은 경영권을 건드리지 않도록 현금 지급을 택했다는 점이 다릅니다.

투자자 관점에서 정리하면

이번 판결은 ‘오너 리스크’라는 익숙한 프레임보다, 지배구조와 자본 배분이라는 각도에서 볼 때 더 잘 읽힙니다. 지배주주에게 대규모 현금 수요가 생기면 그룹의 배당 정책이 바뀔 수 있고, 그 변화는 소액주주의 손익과 직접 연결됩니다.

앞으로 확인할 지점은 세 가지입니다. 재상고 여부와 판결의 최종 확정, 계열사들의 실제 배당 정책 발표, 그리고 지분 담보나 자산 매각 등 재원 조달 방식의 구체화입니다. 발표가 아니라 집행이 확인될 때 비로소 숫자가 바뀝니다.

※ 이 글은 공개된 언론 보도와 판결 내용을 토대로 정리한 정보 제공용 콘텐츠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인용된 증권사 견해는 특정 시점의 전망으로 실제 결과와 다를 수 있고, 판결은 상급심에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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