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트 두 잇(Just Do It).” 운동화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던 이름, 마이클 조던의 에어조던으로 한 시대를 상징했던 나이키.
그 나이키가 오는 2026년 9월 21일 미국 증시의 ‘초우량주 100개 클럽’인 S&P100 지수에서 18년 만에 퇴출됩니다. 나이키 주가는 고점 대비 78% 폭락했습니다. 스포츠 제국은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요.

나이키 시작
나이키의 시작은 196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오리건대 육상선수 출신의 필 나이트와 그의 코치였던 빌 바우어만이 각각 500달러를 들여 블루 리본 스포츠(BRS)를 세운 게 출발점입니다.
처음엔 일본 오니츠카 타이거(현 아식스) 운동화를 수입해 파는 무역회사였고, 나이트는 자동차 트렁크에 신발을 싣고 육상 대회를 돌며 팔았습니다.
전환점은 1971년입니다. 오니츠카와의 관계가 끊기면서 자체 브랜드가 필요해졌고, 이때 그리스 승리의 여신 ‘니케’에서 딴 이름 ‘나이키’와 그 유명한 스우시 로고가 탄생했습니다. 스우시는 포틀랜드 주립대 대학원생 캐롤린 데이비슨이 단돈 35달러에 그린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후 나이키는 1974년 와플 트레이너, 1980년 상장(IPO), 그리고 1984년 마이클 조던과의 계약으로 완성한 에어조던, 1988년 ‘Just Do It’ 캠페인을 연달아 터뜨리며 스포츠 마케팅의 교본을 썼습니다. ‘나이키니까 산다’는 공식이 통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제국의 정점, 나이키 주가 폭락
주가로 보면 나이키의 궤적은 더 극적입니다. 2010년대 내내 우상향하던 나이키 주가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소비자 직접판매(DTC) 붐을 타고 정점을 찍었습니다. 2021년 11월 한때 주당 177달러를 돌파하며 시가총액 2640억달러를 넘봤습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습니다. 이후 나이키 주가는 내리막을 거듭해 9일 38.10달러로 마감, 12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주저앉았습니다. 고점 대비 78% 하락, 시가총액은 570억달러(약 76조7000억원)로 4분의 1 토막이 났습니다. 그 사이 증발한 시가총액만 2000억달러가 넘습니다.
결국 S&P 다우존스 인디시즈는 정기 지수 개편을 통해 21일 개장 전 나이키를 S&P100에서 빼기로 했습니다. 2008년 편입 이후 첫 퇴출입니다. 나이키는 S&P500에는 남지만,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ETF는 편출에 맞춰 기계적으로 나이키를 팔아야 합니다.
① 옛 영광에 기댄 제품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제품입니다. 에어, 에어맥스, 플라이니트로 혁신을 주도했던 나이키는 최근 몇 년간 강렬한 신제품 대신 에어포스1·덩크·조던 같은 이미 성공한 모델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습니다. 히트 상품도 너무 많이 풀면 특별함이 사라지는 법. 클래식 모델이 대량 공급되며 희소성이 떨어졌고 할인 제품이 늘었습니다.
그사이 경쟁자들은 자신만의 기술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온은 독특한 밑창 구조로, 호카는 두툼한 미드솔로 ‘기술이 곧 디자인’인 러닝화를 만들었습니다. 과거 나이키가 하던 방식 그대로입니다. 한 시장분석가는 나이키 브랜드에 일종의 ‘지루함’이 자리 잡았다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② 러닝 붐과 중국의 붕괴
두 번째는 시장이 바뀌는 순간을 놓쳤다는 점입니다. 코로나 이후 러닝이 일상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는 거대한 흐름에서, 그 중심을 차지한 건 나이키가 아니라 호카와 온이었습니다. 세계 스포츠 신발 시장 점유율은 2022년 25.9%에서 지난해 22.9%로 밀렸습니다.
중국은 더 뼈아픕니다. 연 매출의 15%를 차지하던 중화권 매출이 8개 분기 연속 감소했습니다. 안타·리닝 같은 현지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이제 중국 소비자는 ‘글로벌 1등’이라는 이유만으로 나이키를 고르지 않습니다. 글로벌 어디서나 통하던 나이키의 공식이 중국에서 깨진 겁니다.
여기에 한국 시장에서도 나이키가 ‘영포티‘ 조롱의 주된 소재로 이용되면서 10대부터 30대 젊은 소비자 층이 대거 이탈했습니다. 그 결과 스포츠 브랜드 1위 이미지였던 나이키는 어느덧 올드 패션의 대명사로 여겨지게 됐습니다.
③ 유통 전략, DTC 함정
세 번째는 유통입니다. 나이키는 코로나를 계기로 중간 유통을 건너뛰고 나이키닷컴·직영 매장에서 직접 파는 DTC 전략을 강하게 밀었습니다. 초기엔 마진과 소비자 데이터를 얻어 성공하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함정이 있었습니다. 소비자는 여러 브랜드를 비교할 수 있는 멀티브랜드 매장에서 신발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이키가 풋락커 같은 유통망과 거리를 두는 사이 그 진열대를 호카·온·뉴발란스·아디다스가 채웠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이키는 지금 그 도매망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취임한 엘리엇 힐 CEO가 가장 먼저 한 일도 도매 파트너와의 관계 회복이었습니다.

나이키 빈자리를 채운 ‘얼굴들’
정작 시장이 주목하는 건 나이키가 떠난 자리를 채우는 종목들입니다. 새로 편입되는 델 테크놀로지스·팔로알토 네트웍스·아리스타 네트웍스·샌디스크는 모두 AI 데이터센터 확장과 직결된 IT 기업입니다. 델은 AI 서버, 아리스타는 AI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장비, 팔로알토는 사이버보안, 샌디스크는 플래시 메모리를 다룹니다.
쉽게 말해 운동화·쇼핑몰·치약이 빠지고 그 자리에 AI 서버·반도체·보안이 들어온 겁니다. 전통 소비재가 밀려나고 기술 기업이 증시를 주도하는 흐름이 지수 명단에 그대로 찍힌 셈입니다.
이는 한국도 다르지 않습니다. 은행·정유·2차전지를 거쳐 지금은 반도체가 코스피 판을 갈아엎은 흐름과 정확히 닮았습니다. 미국 대표지수가 소수의 AI·빅테크로 쏠리는 현상은 앞서 다룬 S&P500 집중의 함정 논의와도 이어집니다.
개인 투자자에게 남기는 교훈
나이키를 ‘망한 회사’라 부르긴 이릅니다. 여전히 연 매출 464억달러의 거대 기업이니까요. 다만 이 사건은 ‘한때 우량주’라는 지위가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브랜드의 힘, 실적, 그리고 자금의 흐름이 함께 꺾일 때 시장은 냉정하게 등을 돌립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기억할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지수 편출 종목은 펀드·ETF의 기계적 매도 물량이 나올 수 있어 단기 수급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둘째, 결국 돈은 ‘과거에 좋았던 것’이 아니라 ‘지금 세상이 원하는 것’으로 먼저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내가 가진 종목이 어느 쪽에 서 있는지 점검하고, 매수·매도 시나리오는 평단가·목표수익가 계산기로 미리 따져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 본 글은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정리한 정보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주가·실적·지수 편입 등은 발표 시점 기준으로 이후 달라질 수 있으며, 최종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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