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2일 월요일 아침, 코스피 반등을 기대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었습니다. 지난 금요일(현지시간 10월 30일) 뉴욕에서 인텔 주가가 하루 만에 28.58% 폭락했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7% 넘게 빠졌기 때문입니다. 1974년 이후 인텔의 최대 낙폭이었습니다.
코스피는 이미 직전 거래일인 10월 30일 외국인의 1조6000억원대 매도에 3.48% 급락하며 매도 사이드카까지 발동된 상태였습니다. 개장 전 프리마켓에서는 삼전닉스가 나란히 4%대 하락했습니다. ‘검은 월요일’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입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코스피는 1.62% 하락한 5637.77에 출발해 장중 5616.59까지 밀렸지만, 오전 10시 전후 상승 전환한 뒤 한때 5908.14까지 올랐고 결국 128.34포인트(2.24%) 오른 5859.08에 마감했습니다. 코스닥도 1.38% 오른 734.36으로 장을 마쳤습니다(블록미디어).
단순히 ‘저가 매수가 들어왔다’로 정리하기엔 아까운 하루였습니다. 이날 반등은 서로 다른 성격의 세 가지 방어막이 동시에 작동한 결과입니다. 하나씩 숫자로 뜯어보겠습니다.

쇼크 출처부터 다르다…인텔 문제는 ‘메모리’가 아니었다
방어막을 보기 전에 먼저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인텔 쇼크가 한국 반도체에 ‘같은 종류의 악재’였느냐는 점입니다.
인텔의 3분기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데이터센터 매출은 78% 늘었고 주당순이익도 예상치를 웃돌았습니다. 주가를 무너뜨린 건 4분기 가이던스였습니다. 인텔은 4분기 매출 150억~160억달러, 조정 EPS 0.25달러를 제시했는데, 시장 예상치(매출 약 170억달러, EPS 0.43달러)를 크게 밑돌았습니다(인베스팅닷컴).
가이던스가 낮아진 원인을 뜯어보면 인텔 고유의 사정이 많습니다.
이스라엘 Fab 28 공장 폭발 사고 — 4분기 매출 약 3억달러 감소, 매출총이익률 약 2%포인트 하락 요인
PC 수요 둔화 — 메모리 가격 급등이 PC 제조원가를 끌어올린 영향
파운드리 외부 고객 부재와 잉여현금흐름(FCF) 악화 — 18A 공정 대량 생산에 들어갔지만 가시적인 대형 고객을 확보하지 못함
여기서 투자자가 놓치기 쉬운 포인트가 있습니다. 두 번째 원인, 즉 메모리 가격 상승은 인텔에게는 비용이지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게는 매출입니다. 같은 사건의 반대편에 한국 메모리 업체가 서 있는 셈입니다. 이 구조는 인텔 쇼크로 본 ‘메모리 청구서’ 글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물론 시장이 금요일 밤 반도체를 ‘묶음’으로 팔아버린 건 인텔 때문만은 아닙니다. 같은 주 알파벳·아마존 실적 이후 AI 설비투자의 수익성, 그리고 그 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상태였습니다. 유진투자증권 박재환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현금흐름과 자본조달 여력에 극도로 민감해졌다고 진단했습니다(연합인포맥스). 이 ‘현금흐름 채점표’ 관점은 알파벳과 MS의 엇갈린 성적표에서 정리한 바 있습니다.
결국 월요일 서울 시장이 내린 판단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AI 투자 피로감은 실재하지만, 인텔 가이던스 하향이 곧 한국 메모리 이익 하향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그 판단에 실제 돈을 실은 주체가 셋 있었습니다.
방어막 ① 기관 1조2329억원…’연기금이 지켰다’는 절반만 맞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은 1조2329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반면 개인은 1조3475억원, 외국인은 3731억원을 순매도했습니다(뉴스1).
많은 기사가 ‘연기금의 저가 매수’를 반등의 주역으로 꼽았습니다. 그런데 기관 내부를 쪼개 보면 그림이 조금 다릅니다.
| 매수 주체 | 11월 2일 순매수 | 성격 |
|---|---|---|
| 금융투자 | 6886억원 | 증권사 고유계정·프로그램·ETF 유동성공급 등 단기 성격 혼재 |
| 투신 | 2604억원 | 공모·사모 펀드, 저가 매수 및 자금 유입 대응 |
| 연기금 등 | 1699억원 | 장기 자금, 목표 비중 리밸런싱(10월 30일에 이어 2거래일 연속 순매수) |
| 기타법인 | 4877억원 | SK하이닉스 자사주 매입 물량 상당 부분 포함 |
기관 순매수의 절반 이상(약 56%)은 금융투자였고, 연기금은 1699억원으로 약 14%에 그쳤습니다(오피니언뉴스). 금융투자 매수에는 선물·현물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나 ETF 설정에 따른 기계적 매수가 섞이기 쉽습니다. 시장 방향에 대한 ‘확신’으로만 읽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연기금의 의미가 작은 건 아닙니다. 오히려 더 중요한 건 매수가 들어온 가격대입니다. 신한투자증권 강진혁 선임연구원은 코스피가 5600선에 접근하자 연기금·금융투자·기타법인 수급이 유입되며 지수를 지탱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기자 시절 하락장을 여러 번 취재하며 배운 게 있다면, 연기금은 ‘바닥을 맞히는’ 투자자가 아니라 ‘목표 비중 아래로 내려가면 기계적으로 채우는’ 투자자라는 점입니다. 6월 고점 대비 큰 폭으로 빠진 지금,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밑돌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5600선 부근에서 리밸런싱 매수가 나왔다는 건 시장 참여자들에게 ‘수급상 하단’이 어디쯤인지 신호를 준 셈입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이 반등 이유로 ‘악재가 이미 두 번 반영됐다’는 점을 꼽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금요일 정규장 급락에서 한 번, 월요일 프리마켓에서 삼전닉스 4%대 하락으로 또 한 번 반영되면서 정규장에서는 추가 매도 압력이 완화됐다는 설명입니다(아이뉴스24). 정규장 전 프리마켓이 충격을 먼저 흡수하는 완충재 역할을 했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방어막 ② SK하이닉스 자사주…매일 3700억원짜리 ‘고정 매수 주체’
이날 가장 과소평가된 변수는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입니다. SK하이닉스는 10월 28일 이사회에서 보통주 1492만주, 약 20조77억원어치를 사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매입 기간은 10월 29일부터 내년 1월 28일까지, 하루 주문 한도는 149만2000주입니다(파이낸셜뉴스).
회사는 매입 첫날부터 하루 25만주씩 사들이고 있습니다(뉴스핌). 이날 종가 147만2000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하루 약 3680억원입니다. 외국인이 이날 코스피 전체에서 판 금액(3731억원)과 거의 맞먹는 규모를 SK하이닉스 한 회사가 매일 시장에서 받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 매수가 특별한 이유는 가격에 둔감하다는 점입니다. 연기금은 가격을 보고 들어오지만, 자사주 매입은 정해진 기간 동안 정해진 금액을 채워야 하는 ‘일정표 매수’입니다. 주가가 빠질수록 같은 금액으로 더 많은 주식을 사게 됩니다. 하루 한도(149만2000주)가 현재 매수량의 6배에 가깝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이론적으로 하루 2조원대까지 매수 여력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날 SK하이닉스가 3.81% 오르며 삼성전자(1.78%)의 두 배 넘게 반등한 것도 이 차이로 설명됩니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주주환원 발표를 내년 1월로 미룬 상태입니다. 같은 메모리 업황을 공유하는데도 ‘지금 당장 시장에서 사주는 주체’가 있느냐 없느냐가 주가 탄력을 갈랐습니다. 이 차이는 삼성전자 주주환원 55조 1월로 미뤘다 글에서 짚었던 내용이 하루 만에 시장에서 확인된 장면입니다.
다만 투자자가 구분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20조원 중 소각되는 건 약 10조원이고, 나머지 약 10조원은 임직원 주식보상에 쓰입니다. 보상용 주식은 언젠가 다시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물량입니다. 주당가치 개선 효과는 발표 금액의 절반으로 보는 게 보수적입니다.
또 하나, 앞서 완료한 40조원 규모 자사주는 11월 5일 소각 예정입니다(데일리안). 이번 주 SK하이닉스 주가의 이벤트 일정으로 체크해둘 만합니다.
방어막 ③ 10월 반도체 수출 564억달러…’전망’과 ‘선적’의 비대칭
세 번째 방어막은 펀더멘털입니다. 11월 1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10월 수출입동향에서 반도체 수출은 564억4000만달러, 전년 대비 259.4% 증가했습니다. 두 달 연속 500억달러를 넘었고, 전체 수출(1152억8000만달러)의 약 49%를 차지했습니다(글로벌이코노믹).
세부 숫자가 더 중요합니다.
메모리 수출: 1년 전 108억9000만달러 → 501억4000만달러
D램 고정거래가격: 6월 40달러 → 10월 50달러
대미국 반도체 수출: 497% 증가, 10개월 연속 세 자릿수 증가(아시아경제)
여기서 핵심은 비대칭입니다. 인텔이 낮춘 건 ‘다음 분기 전망’이고, 한국이 보여준 건 ‘지난달 실제 선적’입니다. 시장은 금요일 밤 미래에 대한 불안을 팔았고, 월요일 아침 이미 배에 실린 숫자를 확인했습니다. 가격(고정가)과 물량이 동시에 오르고 있다는 데이터는 “AI 투자 사이클이 꺾였다”는 주장에 대한 가장 강력한 반증입니다.
특히 대미 반도체 수출 증가는 미국 빅테크가 ‘말로는 투자 속도를 고민한다’면서도 실제 발주는 계속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수출 통계는 기업 IR보다 한 박자 빠르게 실수요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개인투자자가 매월 1일을 챙겨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코스피 반등이 견고했던 이유…세 방어막의 성격이 달랐다
세 가지를 나란히 놓으면 이날 반등이 왜 ‘버틴’ 수준을 넘어 2%대 상승으로 이어졌는지 보입니다.
| 방어막 | 역할 | 지속성 |
|---|---|---|
| 연기금·금융투자 | 가격 하단 확인(5600선) | 지수 레벨에 따라 유동적 |
| SK하이닉스 자사주 | 가격과 무관한 매일의 고정 수요 | 내년 1월 28일까지(조기 종료 가능) |
| 반도체 수출 | 이익 전망의 근거 제공 | 매월 1일 갱신, 업황에 연동 |
하나는 가격, 하나는 수급, 하나는 펀더멘털을 받쳤습니다. 서로 다른 층에서 동시에 작동했기 때문에 외국인 매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지수가 밀리지 않았습니다. 낙폭이 컸던 조선·전력설비·방산으로 순환매가 번진 것도 이 안정감 위에서 가능했습니다.
그래도 안심하긴 이르다…세 가지 균열
하루 반등을 추세 전환으로 확대 해석하기는 이릅니다. 기자의 눈으로 볼 때 남아 있는 균열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외국인은 여전히 팔고 있습니다. 10월 30일 1조6000억원대에 이어 이날도 3700억원대를 순매도했습니다. 반등의 주체가 국내 기관과 기업 자사주라는 건, 거꾸로 말하면 외국인의 귀환 없이 만든 반등이라는 뜻입니다. 기관 매수는 지수가 오르면 줄어들고, 자사주는 기한이 있습니다.
둘째, 수출 쏠림입니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건 호황의 증거이자 동시에 집중 리스크입니다. AI 설비투자 사이클이 한 번 꺾이면 수출 지표와 코스피가 함께 흔들리는 구조입니다.
셋째, ‘현금흐름 의구심’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주에는 미국 중간선거와 애플 실적 발표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빅테크가 AI 투자 속도를 실제로 늦춘다는 신호가 나오면, 이날의 비대칭(전망 vs 선적)은 시차를 두고 좁혀질 수 있습니다. 과거 약세장에서 바닥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코스피 약세장 역사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개인투자자 체크포인트 4가지
외국인 순매도 규모의 변화 — 매도가 멈추는 것보다 ‘줄어드는 속도’가 먼저입니다. 하루 수천억원 단위로 축소되는지 확인하세요.
SK하이닉스 자사주 일일 체결 공시 — 한국거래소 KIND에서 매일 확인할 수 있습니다. 25만주에서 늘어나는지, 11월 5일 40조원분 소각이 예정대로 진행되는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5600선 지지 여부 — 이날 연기금 매수가 유입된 레벨입니다. 이 선이 다시 시험받을 때 같은 수급이 들어오는지가 ‘하단 확인’의 진짜 검증입니다.
11월 초순 수출과 D램 고정가 — 관세청의 11월 1~10일 수출 잠정치와 월말 D램 고정거래가격이 ‘전망 vs 선적’ 비대칭이 유지되는지 보여줄 것입니다.
정리하며
11월 2일 코스피는 ‘검은 월요일’ 대신 ‘반성의 월요일’을 보여줬습니다. 금요일 밤 반도체를 한 바구니에 담아 던졌던 시장이, 월요일 아침 인텔의 문제와 한국 메모리의 현실을 분리해 다시 가격을 매긴 하루였습니다.
연기금은 하단을, 자사주는 수급을, 수출은 펀더멘털을 받쳤습니다. 다만 외국인이 돌아오지 않은 반등은 언제든 다시 시험대에 오를 수 있습니다. 지금은 방향을 단정하기보다, 세 방어막 중 어느 것이 먼저 약해지는지 지켜보는 구간입니다.
※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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