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순이익 77억인데 몸값 10조? 열쇠는 RCPS [최인규 회계사]

최인규 모두세무회계그룹 대표 공인회계사 칼럼

영업이익 1405억원, 순이익 77억원. 두 숫자의 차이인 약 1300억원은 어디로 갔을까요?

IPO를 준비하고 있는 무신사의 이야기입니다. 무신사는 지금 기업가치 10조원을 목표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연결 기준 순이익은 77억원입니다.

목표 몸값을 이 순이익으로 나누면 PER(주가수익비율)은 1299배가 나옵니다. 숫자만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몸값입니다.

그런데 재무제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그림이 보입니다. 같은 해 무신사의 영업이익은 1405억원으로 역대 최대였습니다. 본업에서 1400억원을 벌었는데 최종 이익은 77억원에 그친 것입니다. 이 1300억원의 행방이 10조원이라는 목표 몸값을 이해하는 열쇠입니다.

musinsa ipo

1300억원은 금융비용으로 빠져나갔다

차이의 대부분은 영업외비용인 금융비용 1446억원에서 나왔습니다. 영업이익보다 큰 금액이 금융비용으로 빠져나간 셈입니다.

무신사의 금융비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약 1005억원의 이자비용으로, 이 가운데 약 870억원이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관련된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약 425억원의 파생금융부채평가손실입니다.

RCPS는 왜 부채가 되나

이 숫자들을 이해하려면 먼저 RCPS를 알아야 합니다. RCPS는 투자자가 나중에 회사에 투자금 상환을 청구하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우선주로, 스타트업이 대규모 투자를 유치할 때 흔히 쓰는 방식입니다.

문제는 회계처리입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제1032호에 따르면 상환 의무가 있는 RCPS는 자본이 아니라 부채로 분류되고, 약정 수익률만큼 매년 이자비용이 인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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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사 RCPS의 약정 수익률은 8~10%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RCPS 부채와 전환권 관련 파생상품부채를 합친 금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약 8499억원이며, 앞서 본 RCPS 관련 이자비용은 모두 이 부채에서 발생했습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파생금융부채평가손실입니다. RCPS에 붙은 전환권은 파생상품부채로 분류되어 결산 때마다 공정가치로 다시 평가됩니다. 회사 가치에 대한 기대가 커질수록 보통주로 전환할 권리의 가치도 함께 커지고, 그 증가분만큼 평가손실이 잡힙니다.

그 결과 현금은 한 푼도 나가지 않았는데 425억원이 손실로 잡혔습니다. 회사가 성장할수록 장부상 이익은 줄어드는, RCPS의 역설입니다. 실제로 무신사의 2024년 순이익은 처음 공시된 698억원에서 RCPS 회계처리를 소급 반영한 뒤 131억원으로 재작성되기도 했습니다.

RCPS를 걷어내면 PER은 70배대

결국 10조원 논리의 핵심은 RCPS에 있습니다. 상장에 성공하면 RCPS는 대부분 보통주로 전환되고, 관련 이자비용과 평가손익도 함께 사라집니다.

평가손실 425억원만 제거해도 2025년 순이익은 약 500억원으로 조정되고, PER은 약 200배로 내려갑니다. RCPS 관련 이자비용 약 870억원까지 걷어내면 PER은 70배대까지 낮아집니다.

여전히 국내 의류·유통·플랫폼 기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PER 수준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이만한 성장세를 보인 기업도 없었습니다.

무신사의 연결 매출은 2023년 9931억원에서 2025년 1조4679억원으로 2년 만에 약 48%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6억원 적자에서 1405억원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확인된 만큼, 설명이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상장이 늦어진다면

다만 짚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무신사는 매출이 22.6% 늘었지만 156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습니다. 이번에는 파생상품 평가손익이 오히려 이익이었는데도, 순금융비용 586억원이 영업이익 523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상장이 늦어지거나 무산되면 RCPS 상환 부담은 장부상 숫자가 아니라 실제 현금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10조원이라는 몸값은 결국 상장이 이 금융비용을 걷어내 준다는 전제 위에 서 있는 셈입니다.

10조원은 내부 목표치인 만큼 실제로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합니다. 그래도 무신사가 좋은 회사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시장이 무신사를 ‘이익을 내는 유통기업’으로 볼지, ‘성장이 먼저인 플랫폼’으로 볼지에 따라 최종 몸값은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무신사가 최종적으로 어떤 가치를 인정받을지 지켜볼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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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규 회계사

최인규 회계사

모두세무회계그룹 대표 회계사. Deloitte 안진회계법인, KPMG 삼정회계법인을 거치며 다양한 업종에서 경험을 쌓았습니다. 상장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다양한 고객에게 회계·세무·재무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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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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