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실탄 바닥’ 코스피, 뉴욕 증시 신고가에도 하락…외국인 4.8조 매도 의미

같은 날 같은 AI 랠리를 보고 있는데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2026년 10월 6일(현지시간) 미국 나스닥은 2만7599.79, S&P500은 7818.93으로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5.28%로 내려오며 숨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코스피는 1.98% 내린 6803.90으로 마감하며 이틀 연속 떨어졌습니다. 외국인은 하루에만 3조848억원, 이틀 동안 약 4조8000억원어치를 팔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왜 한국만 거꾸로 움직였는지, 그동안 지수를 떠받쳐 온 삼전닉스 자사주 매입이 끝나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그리고 개인투자자가 앞으로 어떤 신호를 봐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자사주 실탄 바닥' 코스피, 뉴욕 증시 신고가에도 하락…외국인 4.8조 매도 의미

한국만 거꾸로 간 하루

구분수치
코스피6803.90(-1.98%), 이틀 연속 하락
코스닥898.43(-2.34%), 900선 반납
외국인(유가증권시장)3조848억원 순매도
개인(유가증권시장)3조1434억원 순매수
삼성전자26만8500원(-1.29%)
SK하이닉스172만3000원(-2.82%)
원·달러 환율1340.40원(3.2원 하락)
자료: 서울신문 종합

눈여겨볼 대목은 환율입니다. 원화는 오히려 강해졌습니다. 보통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대거 파는 날에는 원화가 약해지는데, 이날은 달러 약세 속에서 외국인이 주식을 팔았습니다. 환율 때문에 판 게 아니라, 한국 주식 자체를 덜어낸 매도에 가깝다는 뜻입니다.

왜 한국만 빠졌나

첫째, 너무 많이 올랐습니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 전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손꼽히는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초 이후 전 세계 1위 수익률 기록에 따른 차익실현”과 “지난 7월 단일종목 레버리지 여진”을 하락 요인으로 꼽았습니다. 많이 오른 시장일수록 외국인이 이익을 확정할 유인이 큽니다. 7월 레버리지 청산 당시 상황은 코스피 하루 18% 폭등과 디레버리징에서 다뤘습니다.

둘째, 반도체 두 종목에 너무 몰려 있습니다. 코스피의 오르내림은 사실상 삼전닉스가 결정합니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MSCI 한국 ETF와 코스피 야간선물이 하락한 점은 국내 반도체 개별 수급 부담을 반영하는 신호”라고 짚었습니다. 미국 반도체지수가 올라도 한국 반도체 대형주에 쌓인 수급 부담이 따로 작용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쏠림의 구조는 코스피 절반이 삼전닉스에서 정리했습니다.

셋째, 내일이 삼성전자 실적 발표일입니다. 10월 8일 삼성전자 3분기 잠정실적을 앞두고 시장은 매출 200조원 이상, 영업이익 110조원 안팎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대가 높을수록 발표 직전에는 ‘혹시 못 미치면’ 하는 경계 매물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55조원 ‘자사주 실탄’ 바닥

올해 하반기 코스피를 이해하려면 ‘기타법인’을 알아야 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자사주를 사들이면 거래소 통계에는 기타법인 매수로 잡힙니다. 원리는 기타법인이란? 자사주 수급 읽는 법에서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두 회사의 자사주 매입 규모는 합쳐서 약 55조원입니다. 9월 한 달 동안 외국인이 약 20조원, 기관이 약 12조원을 팔았는데 기타법인이 약 31조원을 받아냈습니다(경향신문). 사실상 자사주 매입이 외국인과 기관의 매물을 혼자 소화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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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자사주 실탄이 거의 다 떨어졌습니다.

구분삼성전자SK하이닉스
매입 규모15조원약 40조원
공시상 종료일11월 21일11월 19일
누적 매입(10월 2일 기준)14조7000억원32조9700억원
진행률(10월 6일 기준)약 97%약 83%
실제 종료 예상10월 초10월 중순
자료: 이투데이, 비즈워치, 경향신문 보도 종합

여기서 많은 투자자가 놓치는 점이 있습니다. 공시상 종료일은 11월 중순이지만, 두 회사 모두 예정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사들이면서 실제 매입은 10월 안에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이투데이). SK하이닉스는 하루 60만~65만주씩 사들이고 있습니다. 즉 ‘수급 공백’이 시작되는 시점은 11월이 아니라 이번 달입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반대편에 서 있었습니다. 8월 20일부터 10월 2일까지 외국인이 가장 많이 판 종목 1위가 SK하이닉스(16조3100억원), 2위가 삼성전자(6조1300억원)였습니다. 회사가 사들이는 동안 외국인은 그 물량에 팔고 나간 것입니다.

자사주가 끝나면 오히려 가벼워진다?

자사주 매입 종료를 무조건 악재로 볼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권순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사주 취득 종료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비즈워치).

논리는 이렇습니다. 매입 기간 동안 팔고 싶던 기관과 외국인은 이미 자사주 매수세에 물량을 넘겼습니다. 팔 사람은 상당 부분 팔고 나갔다는 뜻입니다. 그 결과 위에서 누르던 매물이 줄어든 ‘수급 빈집’이 생겼고, 새로운 매수 주체가 조금만 들어와도 주가가 가볍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사들인 주식을 소각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듭니다. 같은 이익을 더 적은 주식이 나눠 갖게 되니 주당 가치는 올라갑니다. 단기 수급과 별개로 장기 주주에게 남는 효과입니다.

‘포스트 자사주’ 코스피, 3가지 시나리오

비관론과 낙관론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결국 방향을 정하는 것은 자사주의 빈자리를 누가 채우느냐입니다. TNI는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눠 봅니다.

시나리오조건코스피 흐름
① 바통 터치삼성전자 실적이 기대를 넘고, 외국인이 순매수로 전환수급 빈집 효과로 반등 탄력이 커짐
② 공백기 조정실적은 무난하지만 외국인 매도가 이어짐뚜렷한 매수 주체 없이 7000선 아래에서 등락
③ 이중 악재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고 미국 금리가 다시 급등지지대가 사라진 상태에서 하락폭 확대
TNI 정리

세 시나리오를 가르는 첫 분기점이 바로 10월 8일 삼성전자 잠정실적입니다. 이어 10월 22일 한국은행 금통위, 10월 말 SK하이닉스 실적과 미국 FOMC가 연달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체 일정은 주요 경제 일정 캘린더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개인투자자가 확인할 신호 4가지

① 기타법인 순매수가 줄어드는 속도. 증권사 앱의 투자자별 매매동향에서 기타법인 칸이 하루 1조원대에서 수천억원대로 줄어들면 자사주 매입이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② 그 빈자리에 외국인이 들어오는지. 기타법인 매수가 줄어드는 시점에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선다면 시나리오 ①, 계속 판다면 ②나 ③에 가깝습니다. 단 하루가 아니라 최소 일주일 흐름으로 봐야 합니다.

③ 미국 증시와의 ‘온도차’. 이번처럼 미국은 오르는데 MSCI 한국 ETF(EWY)와 코스피 야간선물이 따로 빠진다면, 문제는 글로벌 환경이 아니라 한국 내부 수급이라는 뜻입니다. 반대로 온도차가 좁혀지면 수급 부담이 풀리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④ 미국 금리의 방향. 외국인이 한국 반도체를 판 가장 큰 배경 중 하나는 미국 장기금리였습니다. 10년물 금리가 5.3%대에서 더 오르는지, 꺾이는지가 외국인 복귀 시점을 좌우합니다. 금리와 실적의 줄다리기는 금리 24년 최고인데 나스닥은 왜 신고가?에서, 외국인이 삼전닉스를 판 과정은 미국 금리가 삼전닉스를 끌어내린 이유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론

지난 두 달 코스피를 떠받친 가장 큰 힘은 외국인도, 기관도 아닌 회사 자신이었습니다. 55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은 외국인과 기관이 던진 물량을 받아내며 지수 하단을 지켰습니다. 하지만 그 돈은 주가 전망이 아니라 정해진 일정에 따라 움직인 돈이었고, 이제 그 일정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몇 주는 한국 증시의 ‘맨 체력’을 확인하는 시간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자사주 없이도 외국인을 다시 불러올 만큼 강한지가 관건입니다. 주주환원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삼성전자 주주환원 110조 분석에서 이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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