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대로라면 지금 기술주는 떨어져야 합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026년 10월 5일(현지시간) 장중 5.347%까지 올라 2002년 4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고, 30년물은 5.7%를 넘었습니다.
그런데 같은 날 나스닥은 1.05% 오른 2만7477.31로 사상 최고 종가를 새로 썼습니다. 엔비디아도 이틀 연속 신고가를 기록하며 시가총액 5조8100억달러에 올라섰습니다.
금리는 24년 만의 최고, 주가는 사상 최고. 이 이상한 공존은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실적과 금리의 줄다리기’가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지, 그리고 개인투자자가 줄이 어느 쪽으로 끊어질지 미리 읽을 수 있는 지표 3가지를 정리합니다.

금리 오르면 왜 주가 떨어져야 할까?
주식의 가치는 기업이 앞으로 벌어들일 이익을 지금 가치로 바꾼 값입니다. 이때 쓰는 ‘할인율’의 기준이 국채금리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같은 이익이라도 현재 가치가 줄어들고, 주가에는 하락 압력이 생깁니다.
특히 기술주는 이익의 상당 부분이 먼 미래에 몰려 있어서 할인율 변화에 더 민감합니다. 금리가 오르는 국면에서 나스닥이 다우보다 더 크게 흔들리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 공식에는 변수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이익 그 자체’입니다. 할인율이 올라도 분자인 이익이 더 빨리 커지면 주가는 오를 수 있습니다. 지금 시장이 정확히 이 상태입니다.
실적 금리 줄다리기 ‘실적’이 승리
월가는 S&P500 기업의 3분기 이익이 1년 전보다 약 30%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TheStreet). 그중 상당 부분은 AI 관련 기업이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실적 전망치도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AI 투자도 반도체를 넘어 전력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10월 6일에는 구글이 컨스텔레이션에너지와 AI 데이터센터용 장기 원전 전력구매계약을 맺으면서 컨스텔레이션 주가가 9% 급등했습니다. 같은 날 AMD는 리사 수 CEO가 “2027년 반도체 공급을 크게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개장 전 1.7% 올랐습니다.
결국 시장의 판단은 이렇습니다. “할인율이 올라도, 이익이 그보다 빨리 늘고 있다.” 이 판단이 맞는 동안에는 금리와 주가가 함께 오르는 장면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 판단이 틀리는 순간, 쌓여 있던 금리 부담이 한꺼번에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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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가 볼 지표 ① 주식과 채권의 ‘수익률 경주’
첫 번째 지표는 주식의 이익수익률과 국채금리의 차이입니다. 이익수익률은 주가수익비율(PER)을 뒤집은 값(1÷PER)으로, 주식을 샀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이익 기준 수익률’입니다. 여기서 국채금리를 뺀 값을 주식위험프리미엄(ERP)이라고 부릅니다.
| 계산 단계 | 예시 |
|---|---|
| S&P500 선행 PER | 22배라고 가정 |
| 이익수익률(1÷PER) | 약 4.5% |
|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 5.3% |
| 주식위험프리미엄(ERP) | 약 -0.8%포인트 |
이 값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위험 부담 없는 미국 국채가 주식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준다는 뜻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굳이 위험한 주식을 왜 사나”라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 역전은 이미 올해 봄부터 시작됐습니다. 2026년 5월 S&P500의 실현 이익수익률(3.4%)은 당시 10년물 금리(4.5%)보다 1.1%포인트 낮아 2003년 이후 가장 큰 역전 폭을 기록했습니다. 선행 이익 기준으로는 겨우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이익이 계속 나와준다면”이라는 단서가 붙었습니다(야후파이낸스). 그 뒤 금리는 5.3%까지 더 올랐습니다.
체크 포인트: 마이너스 폭이 더 벌어지는지, 아니면 이익 증가로 다시 좁혀지는지를 봐야 합니다. 이익이 늘어 PER이 내려가면 이익수익률이 올라가 역전 폭이 줄어듭니다. 실적 시즌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개미가 볼 지표 ② 실적 눈높이의 ‘방향’
두 번째 지표는 이익 전망치가 올라가는지 내려가는지입니다. 지금 주가는 ‘30% 이익 성장’이라는 높은 기대 위에 서 있습니다. 주가를 움직이는 것은 실적의 절대 수준이 아니라 기대 대비 결과입니다.
실적이 좋아도 기대에 못 미치면 주가가 빠질 수 있습니다. 지난주 마이크론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도 시간외에서 출렁인 것이 좋은 예입니다. 기대치가 높을수록 ‘좋은 실적’의 기준도 높아집니다.
체크 포인트: 실적 시즌에 “예상치를 웃돈 기업의 비율”과 “다음 분기 가이던스를 올린 기업의 비율”을 함께 봐야 합니다. 이 데이터는 팩트셋 어닝 인사이트에서 매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기 시작하면 줄다리기의 힘이 금리 쪽으로 넘어가는 신호입니다.
개미가 볼 지표 ③ 상승의 ‘넓이’
세 번째 지표는 시장 폭(breadth), 즉 얼마나 많은 종목이 함께 오르고 있는지입니다. 지수가 신고가를 찍어도 소수의 초대형 기술주만 오르고 나머지는 빠진다면, 그 상승은 생각보다 얇습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증시에서는 시장 폭이 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야후파이낸스).
금리 부담은 이익이 약한 기업부터 무너뜨립니다. 이익이 빠르게 느는 AI 대형주는 고금리를 견디지만, 빚이 많고 이익이 정체된 중소형주와 경기민감주는 버티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고금리 환경에서는 ‘지수는 오르는데 대부분의 종목은 빠지는’ 장세가 자주 나타납니다.
체크 포인트: 시가총액 가중 S&P500과 동일가중 S&P500의 수익률 차이, 러셀2000 같은 중소형주 지수의 흐름을 함께 보면 됩니다. 이 쏠림은 한국도 다르지 않습니다. 코스피가 삼전닉스 중심으로만 오르는 현상은 코스피 쏠림 분석에서 다뤘습니다.
금리가 ‘왜’ 오르는 지가 중요
같은 금리 상승이라도 이유에 따라 주식에 주는 의미가 다릅니다. TNI는 금리 상승을 세 가지로 나눠 봅니다.
| 금리 상승 원인 | 주식에 주는 의미 | 지금 상황 |
|---|---|---|
| 성장 강세 | 이익도 함께 늘어 상쇄 가능 | 2분기 GDP 상향 등 일부 해당 |
| 인플레이션 | 연준 긴축으로 이어져 부담 | 유가 100달러 안팎에서 등락 |
| 재정·국채 공급(기간 프리미엄) | 성장 없이 할인율만 올라 가장 불리 | 30년물 5.7%의 주된 배경으로 지목 |
지금 장기금리를 밀어 올리는 힘은 재정적자 확대와 대규모 국채 발행, 고유가, 그리고 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회사채 수요입니다. 이 가운데 재정·공급 요인은 실적과 무관하게 할인율만 높이는 성격이라 가장 경계해야 합니다. 30년물 금리가 계속 오르는 배경은 미국 30년물 국채금리 분석에서 자세히 정리했습니다.
10월 6일처럼 유가가 내리면서 금리가 함께 빠지는 날, 기술주가 곧바로 반등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시장이 지금 가장 예민하게 보는 것은 금리의 ‘수준’보다 ‘방향’입니다.
금리가 결국 이겼던 순간들
2000년 닷컴 버블. 1999년 말부터 2000년 초까지 미국 10년물 금리는 6%를 넘었고, 그런데도 나스닥은 인터넷 기업의 성장 기대를 타고 2000년 3월 사상 최고치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기대만큼 이익이 따라오지 못하자 고금리의 부담이 한꺼번에 터졌고, 나스닥은 이후 2년여에 걸쳐 고점 대비 70% 이상 무너졌습니다.
2018년 4분기. 10년물 금리가 3%대 초반까지 오르고 연준이 긴축을 이어가자, 그해 가을 사상 최고치였던 S&P500은 연말까지 약 20% 가까이 급락했습니다. 당시에도 기업 이익은 좋았지만, 시장은 ‘이익 증가 속도가 정점을 지났다’는 신호에 먼저 반응했습니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금리 자체보다 ‘이익이 기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순간’이 방아쇠였다는 점입니다. 지금의 AI 랠리가 2000년과 다른 점은 실제 이익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차이에 대한 시각은 엔비디아 시총 5조달러 버블 논쟁과 역사로 본 주식 버블 판별법에서 이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 투자자에게 주는 의미
미국 금리는 외국인 수급의 온도계입니다. 미국 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물수록 신흥국 주식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유인이 커집니다. 실제로 9월 말 국채금리가 급등하던 시기에 외국인은 삼전닉스를 대거 팔았습니다. 이 과정은 미국 금리가 삼전닉스를 끌어내린 이유에 정리돼 있습니다.
반대로 미국 실적 시즌은 한국 반도체의 선행지표입니다.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가 늘면 HBM과 메모리 수요로 연결됩니다. 미국 기업들이 실적과 투자 계획으로 ‘이익이 금리를 이긴다’는 것을 증명하는 동안에는 국내 반도체주에도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결론: 줄이 끊어지는 쪽을 미리 보는 법
금리 24년 최고와 나스닥 신고가의 공존은 모순이 아니라, 지금 시장이 ‘실적’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 균형은 이익 성장이라는 단 하나의 기둥에 기대고 있습니다.
주식과 채권의 수익률 경주: 이익수익률이 국채금리보다 얼마나 낮은지, 역전 폭이 벌어지는지
실적 눈높이의 방향: 실적 시즌에 전망치가 올라가는지 꺾이는지
상승의 넓이: 소수 대형주만 오르는지, 시장 전체가 함께 오르는지
세 지표 가운데 두 개 이상이 나빠지기 시작하면, 줄다리기의 힘이 금리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 연준의 금리 경로가 과거 증시에 남긴 성적표는 연준 금리 인상 사이클의 역사에서, 나쁜 경제 뉴스가 호재가 되는 역설은 ‘배드 뉴스 이즈 굿 뉴스’의 함정에서 이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10년물 금리 추이는 세인트루이스 연준 FRED에서 매일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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